[김석오 칼럼] 무역 공급망 Traceability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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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718회 작성일 23-09-13 10:23본문
무역 공급망 Traceability가 중요한 이유
김석오 ICTC 이사장/Ph.D
지난해 수출 세계 6위 자리에 올랐던 한국 수출에 찬바람이 계속 불고 있다. 금년 1월에서 8월 20일까지 수출은 385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2% 감소하였다. 수출 감소세는 작년 10월부터 10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부터 8월 현재까지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는 무려 726억달러에 달한다. 금년도 우리나라의 수출목표액은 6850억달러인데, 목표 달성에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10대 주요 수출품목 중에서 승용차, 무선통신기기, 선박을 제외하고 반도체, 석유제품 및 철강제품 등 모두 두자리수 이상의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10대 수출대상국가 중에서 홍콩을 제외한 중국, 미국, 유럽연합, 베트남, 일본 등 모두 감소하였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던 우리나라에게 수출 성장 엔진이 꺼지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수출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둔화, 반도체 가격하락, 글로벌 경쟁격화 및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더하여 최근 무역규범의 양상이 관세 및 기술장벽과 같은 전통적인 요인에서 인권, 강제노동, 환경 및 안전과 같은 새로운 가치 요인으로 변화하는데 주목한다.
미국이 최근에 강력하게 시행 중인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LFP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그리고 유럽연합이 최근에 도입한 공급망실사법의 공통점은 인권, 강제노동, 환경 및 안전을 골자로 한다.
2022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이 법에 의해 식별된 특정 기업이 생산한 모든 제품을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 키워드는 인권과 강제노동이다.
2022년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한 청정 에너지 사용전환의 일환으로 미국산 전기자동차 구매장려 세액공제를 도입하였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배터리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일정비율 이상 미국산 또는 FTA 협정국 재료 사용요건이 적용되고, 중국산 핵심광물은 사용금지된다. 키워드는 환경이지만 이면에는 인권과 강제노동이 담겨져 있다.
2023년 1월 발효된 식품안전현대화법의 이력추적제도는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의 유통·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농수산물은 재배·수확단계에서부터 이력추적에 필요한 로트번호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작성·보관하여야 한다. 키워드는 안전이다.
EU의 공급망실사법은 제품의 생산ㆍ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노동, 아동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훼손 등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제조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한다. 이 법안은 EU 차원에서 2024년 시행을 목표로 하지만 독일은 금년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안의 키워드는 인권, 강제노동, 환경 등이다.
선진국이 도입한 가치규범적 신통상규범에서는 원재료 획득 및 공급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생산, 출하, 운송, 보관 및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Traceability가 필수적이다. 수출하는 기업이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증을 못하면 수입이 제한된다.
최근 미국 관세당국은 알루미늄 제품, 배터리, 면제품, 폴리실리콘 제품, PVC 제품, 철강제품, 자동차 타이어 및 토마토제품 등 8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이들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Traceability 구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가치 기반의 신통상규범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추가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공급망 실사에 따른 증빙자료 작성, 운영인력 및 추적검증 시스템 개발비용은 중소기업의 수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공급망 이력추적시스템의 개발 및 보급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