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오 칼럼] 한-미FTA 12주년의 의미와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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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507회 작성일 24-04-13 09:12본문
한미 경제동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가 발효된 지 12주년이 되었다. 한-미FTA의 태동 단계에서부터 기산하면 한-미FTA의 역사는 20년이 된다. 한-미FTA는 한국이 체결·발효한 21개의 FTA 중 가장 우여곡절이 많은 협정이다. FTA 체결로 인한 혜택이 그 어느 FTA 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함에도 한-미FTA는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극렬한 반대와 저항에 부딪쳤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반대가 심했고, 한국에서는 농민단체와 노조를 비롯한 반미 이념단체 중심으로 반대의 함성이 드높았다.
한-미FTA는 2007년 4월 8차례의 공식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었지만 한미 양국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국회 비준 절차는 표류하였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한국에서 터진 미국산 소 광우병 촛불 시위 사태는 한-미FTA를 더욱 절벽으로 내몰았다.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광우병 광풍이 일단락되자 2010년 오바마 행정부의 자동차 부분 재협상 요구로 한-미FTA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미FTA는 협상 타결 5년 만인 2012년 3월 15일 드디어 역사적인 발효에 이르렀다. 거대한 산고 끝에 출범한 한-미FTA는 5년간 순항하는 듯했으나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 불리한 Bad Deal"이라는 한마디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폐기에 내몰렸던 한-미FTA는 다행히도 2018년 3월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선에서 봉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미FTA는 한미 양국 중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을까? 한-미FTA 협상의 이니셔티브는 부시 행정부이었다. 미국은 2004년 5월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통해 한-미FTA 체결 의사를 먼저 타진하였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를 통해 대(對)북한 이슈와 같은 핵심적인 외교정책과 안보동맹을 고도화하려고 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동시다발적인 FTA 통상정책을 추진하면서 칠레, 싱가포르, EFTA, 아세안 등 중소규모 경제권과의 FTA 체결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미국과 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정책이었다.
역사적인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2주년을 맞은 한-미FTA는 어떤 성과를 가져왔을까? 상품무역 부분에 한정해서 보자. 2011년 한미 간 무역규모는 1천7억 달러이었으나 2023년 1천870억 달러로 무려 85.7%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대(對)세계 무역은 18.1% 증가에 불과했다. 한미 간의 무역 위상을 보면 2023년 미국은 한국의 2대 수출 및 수입국이고, 한국은 미국의 8대 수출국(점유율 3.2%), 6대 수입국(점유율 3.8%)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한-미FTA라는 경제동맹의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아가 한-미FTA는 2022년부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협정에 한국이 핵심국가로 참여하면서 한미 간의 긴밀한 경제공조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FTA가 향후 지속적인 알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원산지규정을 손봐야 한다. 섬유 및 의류제품과 일부 가공식품은 역내산 원재료를 사용하여 가공한 제품에 대해서만 FTA 혜택을 부여토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산 청바지는 역내산 원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미FTA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한국산 일부 가공식품은 역내산 재료사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한-미FTA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소비자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청바지와 한국산 식품을 맘껏 소비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FTA 혜택을 축소시키는 원산지기준은 자유무역협정의 취지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한-미FTA 협상을 시작했던 20여 년전의 산업구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다. 변화된 산업구조에 맞게 FTA 혜택을 저해하는 규정을 과감하게 개선할 때가 되었다. 또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018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수입규제조치도 해제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한-미FTA 혜택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비관세조치이다. 그래야만 한-미FTA로 맺어진 한-미 간 긴밀한 경제·안보 핵심 동맹관계가 지속적인 번영이 가능할 것이다.
김석오 ICTC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 이사장, 전 수원세관장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s://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