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오 칼럼] RCEP가 가져온 신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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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952회 작성일 22-02-21 07:01본문
자유무역 新실크로드와 RCEP Country of Origin
김 석 오
ICTC 이사장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협정,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지난 1월 1일 발효된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2월 1일 발효되었다. RCEP 15개 국가 중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 등 4개국만 남기고 11개국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지금 무역업계는 RCEP 활용법을 익히느라 열공 모드 중이다. RCEP는 15개 참여국가간 특혜관세로 무역할 수 있는 ‘RCEP 실크로드’이다. RCEP 지역에서 특혜관세로 수입한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미국, 유럽, 남미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할 때에도 FTA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FTA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글로벌 수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RCEP가 제공하는 글로벌 자유무역 공급망을 구현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바로 ‘RCEP Country of Origin’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RCEP의 최대 혜택은 RCEP의 원산지 재료를 국내산 재료에 누적하는 ‘원산지 누적기준’(Cumulation)의 도입이다. 예를 들어 RCEP 참가국인 베트남과 호주에서 각각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여 한국에서 가공한 샴푸는 누적기준을 적용하면 100% 역내산 재료로 가공한 한국산 제품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트랩(trap)이 있다. 그것은 바로 RCEP의 양허품목에 따라 RCEP 원산지기준 플러스 요건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RCEP의 양허품목은 ▲15개 참가국에 대해 동일한 관세율이 적용되는 공통양허품목 ▲RCEP 국가별로 차별적인 관세율이 적용되는 관세차별 일반품목, 그리고 ▲자국의 민감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별로 차별적인 관세율이 적용되는 민감품목 등 3가지의 양허세율 유형이 있다. 공통양허 품목은 RCEP 협정상의 원산지기준을 충족하면 RCEP 특혜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관세차별 일반품목과 민감품목에 해당하는 물품은 RCEP 원산지기준에 더하여 별도의 추가요건이 적용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RCEP의 역내누적기준을 악용하여 관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원산지를 세탁하여 우회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관세차별 일반품목은 수출국에서 RCEP 협정상의 원산지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도 최소공정 이외의 추가공정을 반드시 수행해야 수출국을 원산지로 인정한다. 여기서 ‘최소공정’이란 동물의 도축·상품의 포장과 같은 단순한 공정을 말한다. 최소공정만 거친 경우 원산지 재료 중 최고가치를 기여한 회원국을 RCEP Country of Origin으로 결정하게 된다. 예컨대, 한국 사과를 베트남에서 세척 및 낱개 포장하여 일본으로 수출할 경우 베트남에서 수행된 세척 및 낱개 포장 공정은 RCEP 협정상의 최소공정에 해당한다. 이 경우 RCEP Country of Origin은 최종 수출국인 베트남이 아니고 한국이 된다.
관세차별 민감품목은 누적기준을 적용하여 원산지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도 국내에서 발생한 순수 부가가치가 20% 이상 되어야 원산지를 인정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원산지재료 중 최고가치를 기여한 회원국을 RCEP Country of Origin으로 결정한다. 예컨대, RCEP 참가국인 중국에서 주재료를, 호주에서 부재료를 수입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플라스틱 가소제용 무스프탈산을 인도네시아로 수출한다고 가정하자. 동 제품이 민감품목이라면 국내에서 발생한 순수 부가가치가 20%가 되지 않을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이 경우 RCEP Country of Origin은 원산지재료비 최대 기여국인 중국산이 된다.
RCEP의 관세혜택을 100% 활용하려면 수출대상국가의 양허유형과 적용세율을 먼저 파악하고 RCEP Country of Origin을 판정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복잡한 원산지규정을 이해하고 활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관세청에서는 RCEP 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원재료공급 기업이 제조·수출하는 물품에 대한 원산지결정기준 충족여부를 판정하고 원산지증빙서류를 발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관세청 주도로 우리나라의 HS 코드 10단위에 매칭되는 RCEP 회원국별 양허세율과 최적세율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RCEP 관세율 플랫폼을 구축하면 어떨까? 중소기업들이 FTA 新실크로드를 활용하는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