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칼럼] 약한 고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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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오 조회 908회 작성일 21-11-19 17:39본문
약한 고리 신드롬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물류대란으로 인한 공급망의 문제는 모든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미 LA 항구에 적체된 컨테이너 수만 100척 이상 묶이면서 ‘컨테이너겟돈’이라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주는 임팩트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서는 LA 항구에 컨테이너를 내릴 인력이 없어서 항구에 적제하는 리드타임이 평소 3주에서 몇 달씩 길어진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컨테이너 적체문제를 행정명령으로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터미널 가동 및 컨테이너 적재 시 화주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 역시 로컬 드라이버들을 구하지 못해서 난리다.
자동차 산업에는 반도체칩이 모자라 자동차 생산이 어렵고, 중국은 석탄이 모자라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시작된 디젤 요소수 파동으로 인한 물류 위험성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으로 인해 마그네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의 자동차 생산이 멈출 위기에 있고, 부품 및 원료 수급 차질로 인한 나비효과는 전 세계에 모든 삶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에 의해 설계되고 작동되던 세상이었다. 워낙 작동이 잘 돼 공급망 사슬이 전 세계에 촘촘히 연결된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작년 전 세계에 닥친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공급망 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복잡한 사슬들이 도미노 현상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는 공급망 사슬이 깨지고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 완성품 자체에 줄줄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이를 ‘약한 고리 신드롬’이라 하며, 새로운 신조어로 등장했다. 미국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못 하나가 없어서 왕국이 사라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그만 부품 하나 원재료 부족으로 인한 병목현상은 나라 하나를 휘청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패권전쟁으로 인해 중국과 호주 간 석탄의 전략무기화, 일본의 주요 전략 부품 한국 수출금지 등으로 자유 무역이론에 금이 가고 있다.
약한 고리 신드롬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물류대란으로 리드타임이 길어지자 제조업체들은 더욱더 부품 및 원재료를 확보하려고 하고, 소매업체들도 더욱 많은 재고를 유지하려고 하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악순환되고 있다. 이를 ‘채찍 효과(Bull Whip Effect)’라고도 하는데 요즘에 코로나로 인한 보복 소비와 각 기업의 원재료 수급 어려움에 따른 안전재고 마련, 소매점들의 재고 확대 등으로 더욱 공급망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을 증설하기도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소비가 진정되고 상황이 안정화되더라도 공장증설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물류 운송 시간이 길어져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들은 미국에서 팔기도 전에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또한, 물류비의 상승으로 인해 부피가 큰 제품들은 선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물류비 상승과 지연으로 인해 미국에 많은 식품 수입사들이 입은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좀 더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선호하게 되며, 부피가 작은 제품들 위주로 수입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을 따져볼 때 국내 식품 제조업체들은 원료 성분의 단순화를 통해서 공급망 차질에서 오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무슨 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든 기존 제품의 원재료를 대체할 R&D 능력과 생산라인 설비의 유연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전 경제학자 데이빗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이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가 정상적으로 자유무역을 할 수 있는 경우 우리는 자유무역을 통해서 서로 윈-윈(Win-win)한다는 경제이론으로 세계 경제가 돌아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약한 고리 신드롬이 이제는 뉴노멀이 됐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운 교훈은 갑자기 생기질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애자일(Agile, 날렵하고 기민하게)하게 카멜레온처럼 변해서 살아남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 직후에 여객기를 항공기로 전환함으로써 유연하게 대응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발 빠른 대처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예다. 이제 전 세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라는 혹한기를 겪으면서 빨리 전환할 수 없는 기업은 망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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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무역경제신문(http://www.trad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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