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적색리스트에 등재되면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FDA 규정 위반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에 뼈아픈 손해와 업체의 평판 손상을 초래한다.

미 FDA는 수입통관 단계에서 불법·불량제품의 철저한 차단을 위해 FDA 수입경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유해물품의 미국 시장 유입을 차단하고 FDA 법규준수를 강화하는 동시에 FDA의 행정부담을 완화하고 FDA 수입통관행정의 전국적인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는데 있다.

FDA 적색리스트에 등재되는 대상물품은 어떤 것일까? FDA는 수입통관 단계에서 수입제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물품에서 유해세균·농약 성분 또는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거나 미승인 색소나 첨가제를 사용하였거나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거나 제품정보(라벨링)을 충분하게 표시하지 않은 물품은 적색리스트 등재 대상이다. 유해세균이란 리스테리아(Listeria), 살모넬라(Salmonella), 보토리눔(Botulinum) 등과 같은 식품에서 주로 번식하는 유해한 세균을 말한다.

FDA 적색리스트에 올라 있는 한국 제조업체 중 다수의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수산제품에서 리스테리아 및 살모넬라와 같은 유해세균이 검출되었다. 식품제조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제과류는 색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도자기 식기 세트에서는 납성분이 검출되었고, 마스크팩을 비롯한 기능성 화장품은 FDA의 의약품 사전허가를 받지 않고 일반 화장품으로 통관하려다가 적발되었다.

현재 FDA 적색리스트에 올라 있는 한국 제품의 위반건수는 약 2,5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위반내용 별로 분류해 보면 제조위생불량(28.2%)이 가장 많고, 허위신고 의약품(16.0%), 미승인 색소(9.8%), 시판전 허가규정 위반 의료기기(8.8%), 농약성분 검출(5.8%), 표시규정 위반(3.9%) 및 유해세균 검출(3.3%) 등으로 나타났다.

FDA 적색리스트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FDA 적색리스트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10년 전에 등재된 한국 제조업체의 회사명, 주소, 제품명 및 위반사유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FDA 적색리스트에 등재되었다 하더라도 FDA 규정 위반의 원인이 되는 사항을 완전히 제거하고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FDA에 제출하면 적색리스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있다.

먼저 적색리스트에서 해제되려면 규정을 위반한 원인을 제거하거나 시정해야 하고 앞으로 수입될 동일한 종류의 제품이 FDA 규정을 준수할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 후에 서면으로 FDA에 적색리스트 해제 청원을 해야 한다. 청원서에는 위반사항을 제거한 시정조치의 내용과 재발을 막기 위해 업체가 취한 사항들을 단계별로 상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이후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최소한 5차례에 걸쳐 수입통관 단계에서 FDA의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이 ‘클린 통관’이 이루어지면 적색리스트에서 해제된다.

유의할 점은 위반 내용 중에서 유해세균 및 중금속 검출의 경우 원재료의 조달부터 제조·포장 및 보관에 이르는 전과정을 점검해야 하고, 제조장비나 도구·시설 등을 청결하게 방역조치하거나 새로운 장비로 교체해야 하는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 FDA에 보낼 청원서를 작성할 때는 과학적인 시험성적서와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므로 FDA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김석오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전 수원세관장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