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협 칼럼] 해외 수출 시, 현지통관에 문제가 생기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조회 1,412회 작성일 21-08-26 16:19본문
해외 수출 시, 현지통관에 문제가 생기면?
이상협 ICTC 자문위원
혹시 해외출장 중 여권을 분실하거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외국 여행 중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에서 보다 몇 배 더 대응하기 곤란하지요. 이런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현지 영사관에서 도움을 청합니다. 외국 세관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사례를 보겠습니다. A사는 외국인 투자허가를 받아 태국에 내수 및 수출용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였습니다. 태국 세관은 세금이 면제되는 수출용 부품과 세금이 부과되는 내수용 부품을 엄격히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A사의 입장에서는 똑 같은 부품을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별도 비축해야 하니, 재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고 관리 비용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A사는 재고 통합관리를 허용 받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세청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건을 받은 관세청은 사실 난감했습니다 (이 건은 제가 태국에서 근무할 때 의뢰받은 겁니다). 외국세관 직원의 이상한 트집 같은 규정 해석이라면 해결이 쉬운 편인데, 이 건은 법령 자체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다행이 A사에서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재고 비용을 줄이는 실익이 있다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태국 세관 고위직을 만나면, 태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이런 제도는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계속 제기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관세청에 연락해서 차기 한·태국 관세청장 회의에 이것을 논의 주제로 하자는 제안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국 관세청의 법무팀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태국 관세청 정책심사위원회에서 이와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어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인데 A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정책심사위원회에서 수출용과 내수용의 원자재의 통합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유권해석을 내려 주었습니다. A사는 외국에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비싼 법무법인을 고용할 필요 없이 6개월 만에 외국세관의 법령 해석 기준을 바꾸어서 매년 몇 십억 원의 재고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를 보겠습니다. M사는 태국에 합성 직물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입니다. 그런데 태국세관으로부터 품목분류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한국의 원산지 증명서를 인정하지 않고 한화 2천만 원 상당의 관세를 추징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M사의 거래처는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2억 원 상당의 클레임을 제기했습니다. 바로 2020년 2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M사가 송품장에 품명을 ‘코팅처리 즉 Coated’ 라고 표시하였기 때문에 FTA 0%를 적용받는 합성 필라멘트 사 직물이 아니고 기본세율 5%를 적용받는 플라스틱 코팅 직물이라는 태국세관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 품목분류 국제분쟁센터」에서는 ‘표면에 플라스틱 코팅 처리되었더라도 육안으로 판별할 수 없으면 FTA의 적용을 받는 직물’이라는 대응논리를 개발하여 이를 신속하게 M사에게 제공했고, 현지 관세관의 추가 지원을 통하여 M사는 관세 추징도 안 당했고 거래처의 클레임과 거래 단절이라는 위험에서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직물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도 수출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 국가에서 발생할 문제도 예방한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관세청이 외국 세관과의 통관문제 해결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세관 업무는 매우 전문적인 업무이고, 전 세계 세관 공무원은 공통의 기준에 의해 일한다는 동료 의식이 있습니다. 모든 나라의 관세제도는 WTO 및 WCO 협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비록 다른 나라에 근무하더라도 세관 직원은 품목분류 및 관세평가에 있어 같은 전문 언어를 사용한다는 직종 유대감이 있습니다. 또한, 관세 문제의 세계적인 표준 적용을 위해 개최되는 여러 국제기구 회의에서 서로 만나서 친교도 하고, 상대방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 국제 교류활동이 활발합니다.
게다가 한국 관세청은 매년 약 70개 국가에서 고위직을 중심으로 400여 명의 세관공무원을 한국에 초청, 한국의 관세 행정과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친한 관세외교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을 한 외국 세관 직원은 우리나라 관세청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당연히 긍정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에 더해 한국 관세청은 우리나라와 무역거래가 많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13 개국에 관세관을 파견하여 현지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통관 문제를 지원하고 있고, 관세관이 없는 국가에는 현지국가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좋은 전문가로 구성된 기동팀을 출장 파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수출을 많이 하는 중소기업 기업인 여러 분, 수출 시 현지 세관과의 문제가 발생하면 현지의 한국 관세관이나 우리나라 관세청에 먼저 요청하십시오. 관세청이 보유한 국제적 전문성을 통해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관세청은 그 동안 쌓아온 외국 세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기업을 위해 외국 세관에 문제해결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해외여행 중에 여권을 분실하면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같습니다. //
※ 필자는 관세청에서 36년간 근무한 국제관세전문가이다. 관세청 국제협력과장을 거쳐 세계관세기구(WCO) 국제협약 전문교관, 북부산세관장, 여수세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관세청 산하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링크
- 이전글[Jay Lee 칼럼] 영감의 나라, 한국 21.09.28
- 다음글[김석오칼럼/경제와 삶] 미국 FDA의 수입경보 적색리스트(Red List)에서 빠져나오려면 2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