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유럽지역 수출, 세관의 원산지인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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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오 조회 1,251회 작성일 20-07-06 15:26본문
얼마전 미국에서 한국산 첨단 IT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지인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유럽시장에 출시한 이 제품의 반응이 좋으니 정식으로 공급해 달라는 오퍼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원산지증명서가 필요하다며, 원산지증명서가 없으면 14%의 고율관세가 부과되어 남는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해당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중소기업인데다 FTA 무역실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이어서 원산지증명서를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질 않았다. 아쉽게도 유럽(EU)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2011.7.1부터 발효된 한-EU FTA가 적용되어 현지에서 무관세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산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FTA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조건과 절차가 뒤따른다.
그러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먼저 수출하기 전에 반드시 세관당국의 원산지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인증을 받은 후에야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한-EU FTA에서는 6,000 유로를 초과하는 수출품에 대해서는 세관당국에서 원산지인증을 획득한 수출자 혹은 생산자만이 FTA 특혜관세를 신청할 수 있는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원산지인증수출자제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도입ㆍ시행하고 있다.
원산지인증수출수출자제도는 해당 업체가 생산·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인증해 주는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와 특정 물품에 한해서 원산지를 인증해주는 ‘품목별 원산지인증수출자’로 구분된다. 생산품목이 다양하고 수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체는 업체별 인증이 편리하다. 하지만 원산지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요건과 구비서류가 만만치 않아 중소기업이 이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이에 반해 품목별 인증은 수출하는 해당 품목에 대해 인증을 신청하는 것이므로 업체별 인증절차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다. 다만, 새로운 수출품목이 생길 때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업체별 인증보다 품목별 인증이 훨씬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세관당국에서 원산지인증을 받은 업체가 4,205개인데, 이중 업체별 인증을 받은 업체는 140개로 1.0%에 불과하였고 나머지는 품목별 인증을 받았다.
원산지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증비서류가 필요할까? 해당 물품이 원산지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보여주는 원산지소명서, 수출제품의 생산에 사용된 원재료 정보를 상세히 기재한 원재료명세서, 국내에서 만든 재료의 경우 국내산임을 밝혀주는 원산지확인서와 같은 다양한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또한 원산지 전문교육을 이수한 원산지관리전담자를 두어야 하고, 원산지증명서 관리대장도 필요하다.
원산지인증업무는 인천·서울·부산·대구·광주 및 평택세관 등 전국 6개 세관에서 담당한다. 원산지 인증 신청부터 인증서 교부까지 최소한 20일이 소요된다. 사전에 증빙자료를 준비하고, 원산지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준비기간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EU지역으로 수출하려는 중소기업은 적어도 2~3달 정도의 충분한 기간을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원산지 인증을 받으면 5년간 유효기간이 주어진다.
인증수출자가 되면 고유의 세관인증번호가 부여된다. 유럽 쪽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대해 세관인증번호를 사용하여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된다. 원산지증명서는 특별한 양식이 필요하지는 않고, 송품장(Invoice) 또는 포장명세서(Packing list)와 같은 상업서류 상에 원산지 신고문안을 기재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작성한다.
한-EU FTA가 시행된지 벌써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경기도 지역 중소기업은 여전히 FTA 활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해 FTA 상대국으로 수출된 물품 중 70.0%가 FTA 특혜관세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경기지역의 FTA 수출활용률은 50.5%에 불과하여 전국 17개 지자체 중 최하위 그룹에 머물렀다.
경기도 지역은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계속 출현되고 있고,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만큼 좀 더 경쟁력 있게 해외 수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FTA 활용이 필수적이다. 관세청에서는 중소기업의 FTA 활용지원을 위해 ‘Yes FTA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FTA 무역시대, 해외 수출시장 개척은 FTA 활용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
전 수원세관장/천안세관장 김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