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칼럼] 우리 회사 컨테이너가 마약운반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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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603회 작성일 21-06-24 22:57본문
우리 회사 컨테이너가 마약운반 도구가 된다?
많은 범죄자 또는 국제범죄조직들이 관세국경을 활용해서 불법화물의 밀수출입을 시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출입 기업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먼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 2007년 12월 31일 인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국하는 항공기 기내에서 금괴 12kg이 세관에 적발되었다. 조사 결과 항공사 기내서비스 용역업체 직원이 밀수업자들과 짜고 14년 동안 219회에 걸쳐 금괴 2,614kg 시가 760억 원 상당을 밀수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역업체 직원은 공항 인근에서 밀수업자로부터 금괴를 받아서 항공기 기내식 운반 카트에 넣어 기내에 반입한 후, 자신은 공항상주직원 출입 통로를 이용하여 항공기에 탑승하여 승객으로 가장한 밀수업자가 출국하는 항공기 좌석 밑에 금괴를 은닉하는 수법을 이용하였다. 밀수범들은 세관과 공항공사가 항공사와 「항공사의 책임 아래 용역직원들에 대해서는 검문검색을 하지 않는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점을 이용하여 공항 보안검색을 우회하였던 것이다.
#2. 두 번째 사례는 2015년 3월 31일 평택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중국에 제조공장이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반입하는 컨테이너 화물이 세관 정밀검사대상으로 선별되었다. X-Ray 검색결과 컨테이너 가장 안쪽에 의심 부분이 있어서 정밀개장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시알리스 70만정과 메트암페타민 속칭 필로폰 5.7kg 시가 170억 상당이 적발되었다. 세관과 검찰의 합동 조사결과 중국 현지와 국내 본사 내부직원이 가담되어 있었는데, 과거에도 24회에 걸쳐 밀수품을 불법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밀수 조직원들은 이 회사 컨테이너가 입항 전신고 후 화물이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부두에서 바로 반출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국 관세청은 수출입업체 및 항공사 등 신뢰할 수 있는 경제주체의 신속한 물류를 위하여 MOU, 자율관리, AEO 및 입항전 신고제도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조직은 수출입업체 직원들을 포섭하여, 마약 등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물품들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경로로 수출입화물을 악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이처럼 신뢰할 수 있다고 인증받은 기업의 활동을 악용하는 밀수출입은 적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위 사례처럼 CEO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는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까? 예상하시는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회사는 다양한 제재를 받을 뿐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자산까지 잃게 된다.
첫째, 당해 사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원래 목적이었던 원자재나 수출입물품의 적기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법인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으며, 과태료 등의 행정처벌을 받을 수 있다. 둘째, 그동안 누려왔던 자율관리업체, AEO 또는 입항전신고 등의 혜택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세관 검사율 또한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례 #1 관련 항공사 협력업체 직원들은 공항 보안구역을 출입하거나, 기내식, 면세품 등을 반출입할 때 기존의 편리한 통로를 활용하지 못하고 보안 구역으로 반출입하면서 상당기간 불편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또한 회사가 그 동안 대내외에 쌓아온 신뢰를 잃게 되었고, 수출입 거래선이 해당 회사를 보는 신뢰도 역시 추락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회사 내부직원이 가담하지 않는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수출입되는 컨테이너에 적입/적출하는 방식으로 밀반출입되는 마약류 밀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Rip Off”(훔치기)라는 신종수법이다. 이러한 밀수에는 보세구역 종사자들이 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직원이 공모된 경우는 밀수품을 컨테이너 안쪽에 은닉하지만, Rip Off 수법의 경우 컨테이너 바깥 쪽에 은닉한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회사 직원들은 수출업자나 수입업자 모두 자사의 화물에 밀수품이 은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위 사진들은 Rip Off 수법으로 반입하려다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 사진들이다.
국제 범죄조직이 수출입화물 환적과 여행자 환승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마약 청정국인 우리나라를 마약류 밀수의 허브로 활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콜롬비아 등 중남미에서는 코카인이, 미얀마 등 동남아에서는 메트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Rip Off” 수법으로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수출입기업이 취급하는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에 이런 경우가 발생 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수출입업무 담당 직원들에게 이와 같은 사례가 포함된 수출입화물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말로만 그치지 말고 수출입화물에 대한 주기적 불시 재고조사를 하고, 셋째로 수출입컨테이너에 대한 안전 점검 및 특수 시건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자체 점검과정에서 밀수품이 적발되거나 컨테이너의 시건 장치나 봉인(Seal)이 훼손되었다면 지체 없이 세관 당국(국번없이 125번)에 신고하면 된다.
# 필자는 관세청에서 38년간 근무한 마약밀수 수사분야의 권위자이다. 관세청 국제조사팀장, 세계관세기구 아태지역 능력배양사무소 파견관을 지냈고, 제주세관장과 마산세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전문교수 및 ICTC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