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오 칼럼] 강제노동이 새 관세 폭탄이 되나: 한국 수출기업, 12.5% ‘301조 리스크’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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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73회 작성일 26-07-06 12:22본문
미국의 통상압박이 다시 관세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명분은 '강제노동'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규제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발표(2026.06.02)하고,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해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은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국가군으로 분류되어 12.5%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번 조치는 아직 최종 확정된 관세가 아니다. 현재는 공청회와 의견 수렴이 진행되는 Proposed Action (제안 조치) 단계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협상용 압박 카드로만 보기는 어렵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 권한을 부정한 이후, 미국 정부는 기존의 보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법적 수단을 찾고 있다. 그 대안으로 무역법 301조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정책·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초래한다고 판단될 경우, USTR이 관세 등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조사에서 USTR은 60개 경제권의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 도입 여부와 집행 수준을 검토했다. 그 결과 상당수 국가가 미국의 UFLPA(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와 같은 강제노동 수입 차단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았다.
한국에 대한 평가는 뼈아프다. USTR은 한국이 국내적으로 강제노동 자체는 금지하고 있으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별도로 금지하고 이를 국경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체계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노동법상 강제노동 금지와 통관단계 수입금지 제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 "우리나라는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셈이다.
USTR의 제안은 국가별 규제 수준에 따라 차등 관세를 부과하는 구조다.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제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집행이 미흡한 국가, 미국과 관련 약정을 체결한 국가, 부분적 규제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는 10% 관세 대상이다. 반면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 싱가포르, UAE, 스위스 등 수입금지 제도나 미국이 인정하는 약정이 없는 국가군은 12.5% 관세 대상으로 제안되었다.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정부 간 통상분쟁으로만 볼 수 없다. 실제 관세가 시행될 경우 대미 수출가격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식품, 섬유,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배터리 소재, 소비재 등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한 품목은 원재료와 중간재 단계에서 강제노동 리스크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 바이어는 한국 수출기업에게 원산지, 공급업체, 원재료 조달경로, 인권·노동 실사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점은 이번 관세가 '한국산 제품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USTR의 문제 제기는 한국 개별 기업의 위반행위가 아니라, 한국의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차단 제도와 집행체계가 미국 기준에 미흡하다는 데 초점이 있다. 그러나 관세 부담은 결국 기업 현장에서 발생한다. 국가 제도에 대한 평가가 기업의 수출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대미 수출기업은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원재료와 부품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중국 신장지역, 고위험 광물, 면화, 폴리실리콘, 수산물 등 강제노동 우려 품목과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공급업체 확인서, 원산지 증빙, 구매계약서, 생산공정 자료 등 추적 가능한 문서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미국 바이어와 계약할 때 강제노동 관련 진술·보증, 자료제출 의무, 관세 발생 시 비용부담 조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301조 조사는 미국 통상정책의 초점이 단순히 관세율 경쟁에서 공급망 규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관세 리스크는 HS Code나 원산지 판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 인권, 환경, 공급망 투명성이 새로운 통관 리스크가 되고 있다. 한국 수출기업은 이번 12.5% 관세 제안을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관세는 아직 제안 단계지만, 공급망 실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Reference
USTR(2026.6.2.), USTR Makes Findings and Proposes Action in 60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Failures to Take Action on Trade in Forced Labor Goods.
USTR(2026.6.2.), Report in Section 301 Investigations: Failure to Impose and Effectively Enforce a Prohibition on the Importation of Goods Produced with Forced Labor.
USTR(2026.3.12.), USTR Initiates 60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Failures to Take Action on Forced Labor.
USTR(2026.3.12.), Fact Sheet: USTR Initiates 60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Failures to Take Action on Forced La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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